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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후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대응방향은

4월 이후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대응방향은

김태현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엘리어트의 시어처럼 ‘가장 잔인한 달’이 될 뻔했던 4월이 끝나고 있다. ‘위기의 열흘’ 곧 김일성 탄생 105주년이던 지난 15일과 북한 ‘창군’ 85주년 기념일인 25일 사이의 열흘이, 북한이 말과 행동으로 암시하고 미국이 레드라인, 곧 금지선으로 설정했던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와 같은 ‘대형사고’ 없이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안도하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의 위기는 지난 4월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북핵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반면, 중국과의 무역문제를 가장 큰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런 그가 서둘러 연 미중정상회담의 주 의제에 북핵문제가 포함된 것은 의외였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얻고자 무역문제에 양보한 것, 따라서 북핵문제가 더 우선한 것은 더욱 큰 의외였다.

그 정상회담 기간 중 미국은 화학무기로 민간인을 학살한 시리아를 폭격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입장에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북한에 보내는 신호로 간주됐다. 그런데 그 정상회담이 이렇다 할 결과 없이, 즉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도 없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돕지 않으면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면서 위기감이 시작됐다. 게다가 한반도에서 훈련을 끝내고 호주로 향하던, 핵추진항공모함 칼 빈슨 함이 이끄는 함대가 한반도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정도의 위기설이 돌았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고 그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냉철히 분석해 보면 이 위기는 과장됐다. 우선 선제타격의 의미와 상황을 분석해보자. 통상적으로 말하는 선제타격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준(準)전시상황에서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질 경우 상대의 공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국의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그야말로 선제(preemptive)타격이다. 1967년의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아랍 측 공군력을 파괴한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둘째는 적국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경우 그것이 현실화되기 전에 그 능력을 파괴하는 예방(preventive)타격이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핵무장을 방지하기 위해 오시라크의 원자로를 폭격한 것이 그 사례다. 현행 국제법상 전자는 대체로 합법, 후자는 대체로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래도 국제법의 구속력이 약하니 힘이 있는 자가 예방타격을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국제정치다.

그런데 이번의 위기는 준전시까지 악화된 경우가 아니었으니 선제타격의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말로는 선제타격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예방타격의 경우에 해당한다.

2002년 이래 미국은 테러리스트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타격을 공언해 왔다. 근거지가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한 보복공격을 협박함으로써 억지가 가능한 주권국가와 달리 테러리스트는 억지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권의 합리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북한의 경우는 테러리스트에 준한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할 지경에 이르면 예방타격을 불사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의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한다는 것은 그 선을 넘으면 예방타격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예방타격을 하려면 걸리는 것이 많다. 타격을 하려면 그 대상의 숫자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모두 파괴해 그것을 이용한 반격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재래식 무기를 통한 전면전쟁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면전을 초래할 북한의 반격을 억지하고 그것이 안 되면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예방타격에 들어가는데 그것은 사실 선제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측면에서 상황이 그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설이 과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했더라면 크게 위험할 수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크게 봐서 이 모든 것은 일종의 ‘빌드 업’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핵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국제정치적, 국내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상대인 북한에 납득시키는 과정이다. 중국을 개입시키고, 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고, 각국 정상들과 거듭 통화하고, 유엔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국제적 빌드 업이다. 상하원 의원들을 초청해 대북정책을 설명한 것은 국내적 빌드 업이다. 불가피하다면 선제·예방타격, 바라건대 외교적 합의에 대한 국내적 및 국제적 지지를 동원하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북한은 그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다시 도발적 행동을 택할 수도 있다. 혹은 중국이나 한국의 중재에 따라, 아니면 미국과의 이면접촉을 통해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협상의 종착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다.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의 인정과 제재의 해제다. 그 둘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협상의 개시도 어렵거니와 개시되더라도 험난한 노정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우려에 앞서 반길만한 측면이 있다. 2007년 말 6자회담과정이 중단된 이래 북핵문제는 무풍지대에 갇힌 돛단배와 같이 아무런 동력이 없었다. 그 속에서 암세포처럼 자라고 있었다. 이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동력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출범할 새 정부는 그것이 태풍이나 역풍이 아니라 순풍이 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민족의 융성이라는 큰 목표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차지하는 의미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둘째, 이것이 더 이상 남북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적 행보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따라서 작은 일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또 다시 올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타협안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위기는 변화를 위한 동력이고 변화는 진보를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는 인식 위에 크고 멀리 보며 행보를 해야 한다.

2017.04.28 김태현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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