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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으려면···

 
▲ 박재한 기자

상상

이런 상상을 해봤다.

커다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끼얹고, 튀기고, 쏟아붓는 ‘액션페인팅’으로 유명한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잭슨 폴락의 작품을 본 누군가가 자신도 비슷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구’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연다면 어떻게 될까?

전시 장소를 물색하기도 어렵겠지만 설령 전시회를 갖는다고 해도 관객들이 등을 돌릴 것 같다. 비슷한 작품이라도 섬세한 회화적 능력을 가진 잭슨 폴락의 예술가로서의 배경과, 그가 자리한 미술사적 위치가 있기에 위대한 작품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상상도 해봤다.

즉흥적이고 엇박자를 내는 재즈 피아노 연주를 ‘좀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대중에게 익숙한 리듬인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와 같은 명곡의 유명 소절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누군가가 연주회 무대에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연 자체가 성사되기도 어렵겠지만 혹 사비를 들여 독주회라도 갖고, 어떻게든 관객을 모아 연주회가 시작된다고 해도 청중은 이내 자리를 뜰 것 같다.
 
곡의 일부를 모방할 수는 있어도 클래식을 기반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한 조지 거슈윈의 뛰어난 감각까지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훌륭하지만 거장들의 피나는 노력은 단시간에 따라할 수 없다. 이런 상상들은 그저 공상(空想)으로만 그칠 일이다.
 
두 명의 예술가로부터 얻은 교훈

한인 피아니스트 테레자 이(Tereza Lee).

브라질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성장한 테레자 이는 16세 때 메리트음악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 청소년 연주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맨해튼음대에 입학해 신입생 최초로 이 학교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기록을 갖고 있는 실력파로, 현재 맨해튼음대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테레자 이는 지난달 한 단체의 연례만찬 무대에서 깊은 표현력으로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뉴욕일보 9월 27일자 A1면, ‘함께 더욱 강한 미국을 위해···’ 제하 기사 참조]

당시 테레자 이는 “미국이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과정을 거쳐 발전을 일궈왔듯, 연주자로서 꾸준한 연습과 나와의 싸움을 통한 긴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음악가로 거듭날 것으로 믿는다”고 겸손의 말을 전했다. 테레자 이는 어린 시절 이민자 신분 때문에 유명 학교의 입학제의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서류미비자 출신이기도 하다.

또 한 명의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세계적 음악가다. 김대진은 지난해 6월 자신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실내악단 ‘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Chamber Music Society of Kumho Art Hall)’를 이끌고 뉴욕을 방문했다.
 
이들은 한미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맨해튼 링컨센터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 연신 박수갈채를 쏟아지게 했다.[뉴욕일보 2012년 6월 8일자 A2면, ‘음악가는 창의력과 훈련의 총화···’ 제하 기사 참조]

당시 김대진은 “음악가는 ‘독창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꾸준한 노력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고 객관적인 훈련만으로도 부족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개성’과 ‘훈련’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대진은 손열음, 김선욱 등 천재 음악가들을 키워낸 장본인기도 하다.

세계적인 음악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 두 명의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테레자 이는 ‘꾸준한 노력’의 대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예술가다.
 
꾸준한 노력이 이끈 뜨거운 박수

지난 5일 브루클린 캐드먼플라자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연방하원에 전달, 올해 안에 이민개혁법안 통과를 실현시키려고 미 전역에서 펼쳐진 대규모 ‘이민자 대행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뉴욕일보 10월 7일자 A1면, ‘이민개혁법안 즉시 통과시켜라’ 제하 기사 참조]

당시 마련된 무대에서는 다수의 이민개혁운동 단체 대표들이 이민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뉴욕주와 뉴욕시의 수많은 정치인들도 참석했지만 모두가 마이크를 잡지는 못했다. 수십 년간, 최소 십수 년간 꾸준히 이민개혁운동을 이끌어온 풀뿌리활동가들의 호소가 더 큰 힘을 모을 수 있었다.
 
정치인 중에는 지난달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빌 드블라지오 후보만 발언 기회를 가졌을 정도다. 뉴욕시장 본선거를 앞둔 ‘거물급’이나 돼야 그나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참석한 한인단체 대표 한 명은 연단에 올라 “이민개혁은 결국 미국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공감대를 형성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행사를 마친 후 “한인사회가 이민자커뮤니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많은 한인들이 참여해 우리 모두 이 땅의 주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릴 수 있었다”고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산업교육 전문가들은 ‘100번의 연습’이라는 사례를 종종 인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꾸준한 노력으로 거장이 된 음악가도 자신의 연주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100번 이상의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평소의 꾸준함으로 실력을 갖춘 이들도 자기 자신을 보여 주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한인들이 주도한 주요 행사는 무수히 많았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각자 마련한 무대에 올라 박수갈채를 받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사회에 한인들의 긍정적인 모습까지 보여 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많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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